03년식 뉴EF소나타의 고군분투
내가 현재 타고다니는 자동차는 아버지가 2003년에 구매하신 뉴ef소나타로 이제 조금씩 밖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는 아니다. 03년식이니까 어느새 17년이 되었다. 2년전부터 타고 다녔는데, 그동안 점화 플러그, 타이밍 벨트, 타이어등 대략 100만원 가까이 수리하고 잘 타고 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건물에 부딪혀서 우측 뒷 문 손잡이가 잘 안열리고 우측 사이드 미러 이가 빠진것을 제외하고는 외관상 찌그러진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7월 교통사고가 나서 말끔하게 다 고쳐졌다. 결국 잘 유지된 오래된 자동차인 셈이다.
오래된 차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문제 없이 잘 굴러가는 차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집 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와중에 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더욱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차는 사는 동시에 감가가 진행되고 아직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차에 큰 지출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클래식의 반열에 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클래식함으로 향하고 있는 차에 애정을 가지고 잘 타고 다니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몇일 전에서부터인가 에어콘을 틀으면 에어콘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원래는 a/c 버튼을 누르면 바로 차가 부르르하며 시원한 바람이 나왔는데,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이 더운 바람만 나오다가 잠깐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다시 더운 바람이 나오고 하여 에어콘이 고장났구나 싶었다. 여름이 끝나기에는 아직 멀었기에 카센타를 들려야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역시나 에어콘이 작동되지 않아 창문을 열고 영동 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갑자기 내 옆에서 크락션을 울리는 차량이 나타났다.
나는 나한테 빵빵 거리는건가하고 의아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달렸고 해당 차량도 더이상 무엇을 하지 않고 옆을 지나갔다. 그렇게 한 1분정도 더 가고 있었을까 이번엔 또 다른 차가 옆에서 크락션을 울리는게 아닌가? 어차피 창문은 열려 있었고 좌측을 바라보니 어떤 아저씨가 급한 얼굴로 차를 옆에 대라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타이어가 빵꾸난걸까?하고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어 차를 세우러 갓길쪽으로 향하였는데 계기판의 온도기가 맥스까지 올라가 있었다.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봐서 약간의 불안함이 들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나니 그제서야 본네트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세어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네트를 열어보니 엔진이 연결된 곳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오고 자동차 내부에도 탄냄새가 났으며 정차해 있어서인지 상당히 더웠다. 이거 잘못했으면 불이 났을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무서웠고 바로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차를 요청하였다. 견인차 기사님은 30분정도 있다가 나타나셨고 쓱 보시더니 큰 문제는 아닌것 같다하셔서 일단 근처 블루핸즈로 가달라고 요청했다. 카센타에 도착하여 사장님이 보시더니 썸머하우징이 터졌다고 이것만 고치면 된다고 하셨다. 썸머하우징...?
썸머하우징은 엔진에 연결된 냉각수가 흐르는 배관이라고 하며 연식이 오래되면 자연스럽게 부식된다고 한다. 17년동안 버티다가 마침내 부식되서 터진것으로 보인다. 냉각수 배관이 고장났으니 당연히 에어컨도 안된 것이다. 회사에 연락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략 2시간정도 기다렸을까 썸머하우징을 교체하고 냉각수 주사를 맞은 소나타가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연로하신 할아버지께서 무리하시다가 쓰러지시고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로 일어나신것 같았다.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더 버텨주실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안전이 최고라서 이제는 차를 바꿔야 되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내 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알아보시고 크락션을 울려준 선의의 운전자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불이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빨리 차를 교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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