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마주친 고라니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동네는 동탄 신도시다. 동탄 신도시중 내가 사는 제 2동탄 쪽은 말 그대로 신도시로 역사를 찾아보려해도 찾을수 없는 동네로 아마 오랜 시간동안 산으로 있던 곳임에 틀림없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온갖 산짐승들은 그들의 터전을 빼앗긴채로 인간의 눈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출퇴근한지 어느덧 8개월이 되었고 그동안 퇴근 길에 종종 고라니를 발견하였다.
첫번째 마주친 고라니는 새벽 1시경 언덕 길 코너를 내려가던 중 갑작스레 나타났다. 고라니도 나도 서로 어안이 벙벙해 대략 1, 2초정도 서로를 바라보았던것 같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고라니가 먼저 풀 숲쪽으로 달아났다. 나도 처음 본 야생의 고라니를 목격한 신기함을 뒤로한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퇴근했다. 그 이후로 두번 정도 본 것 같은 고라니. 그동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였는데 오늘 퇴근하는 도중 다시금 마주쳤다.
고라니를 보자마자 나는 급하게 차에서 내려 고라니를 쫓아 갔다.
"고라니야! 잠깐만!"
고라니는 한참 앞을 가다가 잠시 서서 나를 바라보다가 내가 다가가면 또 멀리 도망갔다. 도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 이 부근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고라니의 출몰지와는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주변에는 거대한 자이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나는 한참 고라니를 쫓아갔다. 30분정도 쫓아갔을까? 갑자기 고라니가 더이상 달아나지 않고 내가 가까이 올때까지 가만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만나게 되어 반갑다 고라니야.. 후"
오랜만에 한참을 뛰어 숨을 고르며 고라니를 바라보았다. 고라니는 양 옆으로 하얀 이빨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라니는 무언가 말을 하는듯이 낮은 소리로 울었으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라니도 의사소통이 안되어 불편해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앞 발로 한동안 땅을 파더니 그곳에 묻혀있던 어떤 물건을 툭툭 건드렸다. 나는 그 물건을 들어보았다. 손바닥 크기의 돌로 흙이 묻어있었고 제대로 보기위해 핸드폰 라이트를 켜서 바라보았다.
"아니... 이럴수가"
돌에 무언가 한문이 쓰여있었다. 중, 고등학교 통틀어 한문을 1년 밖에 배우지 못한 나로서는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얼른 파파고 어플을 틀고 촬영을 해보았다. 하지만 수백년이 지난 탓이었을까 어느정도 부식이 진행되어 있어 파파고 어플로도 그것이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일단 고라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라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집에 가서 먹으려던 크로와상 한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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