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ovies

믿고 보는 놀란 감독의 테넷

이글루 리페어 2020. 8. 30. 15:39

화려한 액션과 뒤죽박죽 시간의 조화

덩케르크(2017) 이후에 기다려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2020)을 관람하고 왔다. 메멘토(2000),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2005, 2008, 2012),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를 통해 서서히 나는 놀란 감독의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의 작품이 나오면 우선 믿고 보게 된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8월 29일 기준 사흘 연속 관객수 1위 총 40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하는 테넷을 보니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이 그의 작품을 기다린것 같다. 3년만에 다시 찾아온 놀란표 영화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나무위키 테넷/줄거리에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미래와 소통이 가능하게 된 악당 사토르(케네스 브레나)가 미래에서 만든 핵무기급 무기로 지구를 멸망시키려하자 테넷 소속인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닐(로버트 패틴슨)이 사토르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에게 접근해 사토르와 연줄을 만들고 무기의 위치를 알아내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액션 영화다운 줄거리이나 일반적인 액션영화와는 달리 놀란 감독답게 시간을 이용, 그것을 한 화면에 녹여내었다.

 

 

처음 관객들이 보는 인버전(시간역행)된 물체는 주인공이 오페라에서 위기에 처해있을때 인버전하는 총알과 주인공이 연구소에서 바위에 대고 겨누는 총의 총알이다. 두가지 경우 모두 이미 총이 발사되어 탄환의 흔적이 있는곳에 총구를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박혀있는 곳으로부터 나와서 총으로 되돌아온다. 나아가 캣의 그림을 회수하려 들어간 부자들의 세금 회피소인 프리포트에서는 사물이 아닌 인버전된 사람이 나타나 주인공과 사투를 벌인다.

 

쩌..쩐다..

이처럼 영화는 조금씩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아가는 정방향인 세계에서 인버전된 물체 혹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것이 역방향으로 이동한다는것을 보여주고 나아가서 사람이 인버전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며 마지막에 가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인버전되어 정방향인 세계에서 정방향인 사람들과 함께 전쟁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한 화면에 정방향과 역방향이 공존하며 부서진 건물이 정상으로 되었다가 다시 부서지고 하는 장면을 보다보면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는 상황이 되버려 그냥 쩌...쩐다 하면서 보았다. 나중에 넷플릭스에서 나오면 다시 제대로 봐야겠다.

 

이효리 이름도 사토르 마방진에 맞는다

악당 사토르의 이름은 사토르 마방진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토르(악당) 아레포(위작을 전해준 캣의 지인) 테넷(영화 이름) 오페라(영화 첫 씬이 벌어지는 장소)라고 봐도 되겠다. 영화에서 캣의 아들이 가고 싶어하는 폼페이에서 가장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는 사토르 마방진은 정방향으로 읽어도 역방향으로 읽어도 똑같은 말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옛날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여 있다고도 믿었다고 한다. 

  

2대째 영화배우

주인공은 극중 한번도 이름이 불리우지 않는데 이것을 지금 깨달았다. 주인공은 주도자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데, 이를 연기한 사람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다. 처음 보는 배우여서 필모그래피를 찾던중 그가 바로 유명한 덴젤 워싱턴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덴젤 워싱턴은 연기력이 아주 좋기로 소문난 배우이나 아들은 아직 연기력이 훌륭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는듯하다. 

 

나는 후에 러시아 악당 연기도 할것이다

 

악당 역할인 케네스 브레나는 러시아 억양을 써가며 전형적인 러시아 부자 악당을 연기하였는데, 이 자는 전작 덩케르크에서 해군 장교 볼튼 중령으로 나왔다.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진중한 선택을 하는 선한 역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할에 따라서 처음부터 원래 그런 사람인처럼 연기를 아주 잘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러시아 마피아 두목 느낌이 인상깊었다. 내가 더 깜짝 놀란것은 대학시절 영문학과 강의에서 시청한 햄릿(1996)의 주인공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 대사를 외워야되서 많이 돌려보았는데 오랜만에 추억에 젖을 수 있었다.

 

보드 탈것 같이 생김

 

주인공의 동료로 연기하는 로버트 패틴슨은 해리포터와 불의잔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볼드모트에게 죽임을 당하는 케드릭 디고리로 연기하였고 트와일라잇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9월에 넷플릭스에서 개봉 예정인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도 나온다하니 기대된다. 테넷에서의 역할은 인셉션에서 조셉 고든 레빗의 역할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마지막이지만, 너에게 있어서 우리의 우정은 이제 시작인거야라는 마지막의 대사는 멋있으면서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틸다 스윈튼이랑 느낌이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캣 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극중 왠만한 남자배우보다도 더 커서 키가 얼마나 될까하고 봤더니 191cm의 장신이었다. 얼굴도 어디서 본 기억이 있어서 찾아보니, 재미있게 보았던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서 전선 회로 사이에 갇혀있다 구출되는 미나 역으로 연기했었다.

 

2023년쯤에나 다시 볼 놀란 형

 

인버전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놀란 감독이 대단하다. 나라면 당장 드는 생각은 대박 주식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과거와 연락해 그 주식을 사서 대박이 나는 그런 1차원적인 생각이다. 이 사람은 생각의 깊이가 인셉션의 꿈의 단계처럼 몇 단계가 있는것이 아닐까? 얼마전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시간을 소재로한 넷플릭스 드라마인 다크를 보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감탄을 했었는데, 테넷 역시 감탄을 금할수 없었다. 역시 시간이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하고 흥미로운 소재다. 지금까지 꿈, 우주, 시간등 인간이 100% 알 수 없는 궁금한 것들로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은 무엇을 다루게 될지 궁금하다. 

P.S. 테넷에 쿠키영상은 없으므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바로 나오셔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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