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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글루 리페어 2020. 9. 30. 11:39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악마를 생각했을때 떠오르는건 흉측하게 생긴 몰골 혹은 삼지창을 들고 박쥐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불타고 있는 형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동안 보아왔던 그림,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다. 안토니오 캠포스 감독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고정 관념을 깨트리고 어쩌면 당연하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악마는 우리 곁에 언제나 존재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밑에서부터는 스포일러)


살인자, 강간범, 사기꾼등 우리는 뉴스를 볼때 앞의 강력 범죄자들을 악마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기의 욕망을 위해 남을 이용하며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먹고 사는 악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악마와 같은 행동을 서슴없이 일으킨다. 현실에서 우리는 이런 악마들로부터 보호받고 위로받기 위해 공권력이나 종교에 의지한다. 하지만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의 대표적인 악마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보호해야할 보안관과 목사다. 이렇게 탈출구는 없어보이는 영화에서 관객은 몇몇 악마들의 사람을 파멸시키는 행동을 지켜봐야만 한다. 

첫번째 악마로는 토퍼빌에서 온 젊은 목사 로이[해리 멜링(해리포터의 두들리)]다. 로이의 첫 등장은 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하는 모습으로 본인이 거미를 아주 무서워하나 신앙의 힘으로 이겨낼수 있다고 말하며 거미가 가득 들은 병을 뒤집어 쓴다. 로이는 자신이 성령과 함께한다고 믿어 죽은자를 되살릴수 있을거라는 망상에 빠져 아내를 살해하고 되살리려 하는데... 살해는 성공하였으나 되살리는것은 실패한다. 정상인이라면 그런 기적을 행하기 위해 병든 자와 죽은 자를 찾아가겠지만 겸손하지 못하며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자만하는 로이는 살인을 저지른다.

두번째 악마로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도망가는 로이를 살해하는 칼(제이슨 클라크)이다. 칼은 사람의 죽음을 목전에 둘때 그로부터 신에 가까운 무언가가 존재함을 느끼는, 그 자신만의 종교를 가진 자로 아내와 같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젊은이들을 꾀어서 죽이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연쇄살인마다.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그를 위해 다른 이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그야말로 싸이코패스로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젊은이를 죽인 후 거듭된 살인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내를 위로하는 말이 어차피 총알받이될 몸을 우리가 구해준거라는 말을 한다. 

세번째 악마로는 노컴스티프에 새로 부임한 젊은 목사 티카딘[로버트 패티슨(테넷의 닐)]이다. 티가딘은 목사의 권위를 이용하여 처녀들을 노리개로 삼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성도에게 수치심을 일으켜 자살하게 만드는 거짓 선교자다. 이외에도 부패한 보안관 리[세바스찬 스탠(캡틴 아메리가 윈터솔져의 윈터솔져)], 칼의 살인에 협력하는 샌디등 등장 인물들 대부분이 부패하고 타락하고 엉망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의 마음도 착잡하기만 하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윌러드(빌 스카스가드)는 또 어떠한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듯이 폭행하고 암에 걸린 아내를 위해 밤낮없이 기도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며, 아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를 제물로 십자가에 매달아 놓고 결국 아내가 죽자 아들을 남겨놓고 본인도 자살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위와같은 등장인물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에선 그래도 관객들에게 조그마한 탈출구를 만들어주었는데, 바로 윌러드의 아들 어빈[톰 홀랜드(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맨)]이다. 어빈은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댁에서 자라게 되고 마찬가지로 로이의 딸이었으나 고아가 된 레노라와 함께 성장한다. 가난한 할머니, 삼촌과 함께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남매로 서로 의지하던 어빈과 레노라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레노라가 티가딘 목사의 손아귀에 목숨을 끊기 전까지 말이다.

어빈과 레노라는 그들의 부모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어빈은 윌러드에게 보고 배운 것처럼 레노라를 괴롭히는 이들을 습격하여 폭행한다. 레노라는 그의 어머니 헬렌(미아 와시코브스카)처럼 신앙심이 깊은 여자이며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신앙심이 깊어 보이는 남자에게 반한다. 어빈의 폭행은 정당방위였으나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이렇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레노라는 어머니가 생존하여 조언을 해주었다면 티가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것을 방지할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참으로 안타까웠다.

어빈은 티가딘 목사의 소문을 듣고 미행하여 진실을 알게 되어 그를 처형하고 고향으로부터 도망치던 와중에 히치하이킹을 통해 사이코패스 칼에 차에 타게 된다. 갑자기 쉬어가자는 칼과 샌디의 이상한 행동에 위험을 감지하고 그들이 어빈을 죽이기 전에 먼저 그들을 죽여 생존한다. 마을의 보안관 리는 여동생 샌디의 죽음에 진실을 밝히기는 커녕 여동생의 치부가 들통나 본인의 선거에 영향을 끼칠것이 두려워 칼과 샌디 스스로 악행을 기록한 사진과 필름을 모두 태워버린다. 이때 리가 보는 필름이 네거티브 효과로 음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나오는데 거북하고 소름끼친다.  

다행이지만 찜찜해

어빈은 샌디의 죽음에 복수하러 온 리의 총구에서도 살아나 앞서 나온 대표적인 악마들을 모두 처단한다. 그렇게 관객들은 정의의 실현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며 엔딩 크레딧을 맞이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잘 풀려나가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찜찜했다.

영화 내내 나오는 나레이터의 목소리는 원작 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저자 도널드 레이 폴록의 목소리다. 노인의 목소리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하는 나레이터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님이 위에서 다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을 한군데서 볼 수 있던 점이 반가웠다. 미국 남부 억양이 우리나라 사투리와 비슷한지 톰 홀랜드도, 로버트 패티슨도 영어를 사투리처럼 썼다. 특히 로버트 패티슨이 설교중에 말한 단어 DELUSION 망상의 억양이 인상 깊다. 

영화는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악마들은 아직도 우리 사이에서 그들의 본성을 숨기고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잘 어울리고 있다. 그들이 본성을 나타내 어느 가엾은 목숨이 희생될때까지 말이다... 사람들을 선동하여 거리로 내몰아 코로나 확산에 엄청난 기여를 한 누구누구나 음주운전으로 가장을 숨지게 하고 발뺌을 하는 누구누구나 같이 운동하는 학생을 괴롭히고 그를 자살로 내몬 누구누구나 모두 눈 깜빡하지 않고 뻔뻔하게 숨을 쉬며 살고 있다. 비록 인간 사회에서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들 스스로 선택의 값을 치루는 날이 올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도 항상 스스로 행동을 반추하며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