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의 밥상

4.5평 우동집 - 유부우동

이글루 리페어 2019. 1. 7. 14:59


힘든 시기에 나를 위한 선물로 구매했던 시계가 고장나서 종로 시계골목을 찾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10년된 시계.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하던 중 익선동의 4.5평 우동집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집은 내가 대학교 다닐때에는 부암동에 있던 집이다. 우동 러버인 내가 버스를 타고 자하문 고개를 지날 때마다 의미심장한 눈길로 보던 집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한번도 방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인사동쪽으로 자리를 옮긴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익선동에서 발견할줄이야... 이전에 익선동을 찾아왔을때 우연히 발견하고 대단히 반가웠었다. 처음 본게 적어도 2010년경으로 살아남기 힘든 요식업계에서 근 10년 넘게 운영하는 우동집은 어떨까하고 궁금했다. 

내부에 들어가니 4.5평보다는 넓어보였고(그 전 부암동에서는 정말 작았었다) 안경에 바로 김이 서렸다. 겨울철 국물있는 음식점에 들어갈때마다 생기는 불편함이지만 나름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자리에 앉아 유부우동(4,500원)과 유부초밥(1,500원)을 주문했다. 우동 메뉴는 점심에 한해 무료로 곱배기가 된다하여 우동은 곱배기로 주문하였다. 지난달에 도쿄에서 맛있는 우동을 먹은 터라 비교할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일하시는 분은 3명인것 같았다. 젊어보이는 분들이었는데,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최저임금도 올랐는데 얼마정도를 벌어야 유지가 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자리 바로 옆에는 에어콘이 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에어콘과 벽 사이에 먼지가 가득 낀 거미줄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구석진 곳도 아니고 바로 보이는 곳에 있는데도 청소가 잘 안되는것 같았다. 테이블 바로 위의 물, 컵, 휴지를 올려놓는 선반에도 먼지가 가득했다. 벽면에는 우동국물일까? 얼룩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청결함이 매우 부족해보였다. 

우동을 받아서 국물 한 입을 먹어보니, 곱배기를 해서일까 국물이 약간 맹맹한 느낌이었고 면발은 자가제면이라 하는데, 백종원의 역전우동보다 탄력이 적었다. 심지어 어느 부분은 납작하게 뭉게져있었다. 나는 원래 휴게소의 싸구려 우동 맛을 좋아하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별로였고 오히려 유부초밥이 맛있었다. 가게 외부에 연어 덮밥을 판매하는 입간판이 있었는데 우동이 별로여서 연어 덮밥을 판매하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새 한창 있기있는 익선동에 있어서인지 손님들은 많이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다음에 이곳을 다시 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배불리 먹고 6,000원밖에 나오지 않아서 가격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러웠으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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