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로 유명한 AMC의 명작 브레이킹 배드를 마침내 다 보았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실로 대단한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하는데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즌 5의 막바지에 다다러서는 다음화를 보고 싶지만 다음날이 출근이라 참은 적도 있었다. 개인적인 순위로는 로스트, 24시, 워킹데드, 왕좌의 게임, 트루 디텍티브등 지금껏 봐왔던 미국 드라마중 1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폐암에 걸린 화학 교사가 자신이 죽고 나서 생활고에 시달릴 가족들을 위해 마약 제조에 손을 대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다.
시즌 1은 흥미로웠고 2, 3은 약간 지루했으나 시즌 4에서 다시 재밌어졌고 시즌 5는 걸작이었다. 감명깊었던 에피소드는 시즌 3의 10화 "Fly"와 시즌 5의 14화 "Ozymandias"였다.
"Fly"는 전체 에피소드 중 내가 시청하고 나서 처음으로 인터넷에 검색해본 에피소드였다. 한 공간 안에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과 비유가 영상으로 멋지게 나타난다. 월터를 성가시게하는 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월터는 파리를 잡을 수 있을까? 천장에 붙어있는 파리를 잡기위해 책상과 의자를 이용해 위태로운 탑을 쌓고 위로 올라간 제시를 볼때는 떨어져서 사고가 나는것은 아닐까 하는 긴장감마저 들었다. 그것이 사고가 날것 같아서 생긴 긴장감인가 둘의 관계에 놓여있는 긴장감인가?
Percy Shelley's "Ozymandias"
I met a traveller from an antique land
Who said: Two vast and trunkless legs of stone
Stand in the desert... near them, on the sand,
Half sunk, a shattered visage lies, whose frown,
And wrinkled lip, and sneer of cold command,
Tell that its sculptor well those passions read
Which yet survive, stamped on these lifeless things,
The hand that mocked them and the heart that fed: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Ozymandias. 영문과 전공 수업에서 들었던 퍼시 셸리의 오지만디아스다. 한 때 엄청난 위엄을 자랑했던 오지만디아스왕은 죽고 그의 업적을 찬양할 거대 석상은 부서져 얼굴과 두 다리만 남은 상태. 시즌이 거듭될수록 월터는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에서 점점 악마로 변해가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월터가 딱 그가 지금까지 해온 선택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 처지가 된다. 월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족의 죽음, 그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의 태도를 보며 미워보이던 월터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어찌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된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씨 좋은 선생님에서 마약 제조자로 변한 월터 화이트. 갑자기 어떤 국회의원이 떠오른다.
월터가 만든 메스암페타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필로폰이었다.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마약. 구글에 검색해보면 필로폰 중독자들의 약물 중독 전, 후 사진이 있는데 혐오스럽다. 삶이 망가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손대게 만드는 무서운 마약. 마약이 사라질수 있다면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몇 달동안 함께하던 정겨운 월터 아저씨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고 서운하다.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월터 아저씨의 얼굴. 작가들은 시청자들이 월터를 마지막까지 미워할수 없게 만들었다. 인상 좋은 선생님이자 따뜻한 가정의 가장이던 월터 화이트. 나는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을 하이젠버그가 아닌 월터 화이트로 기억하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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