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Routine

일하면서 드는 갖가지 생각과 고찰

이글루 리페어 2012. 8. 20. 15:29

진짜 사람들이 끝없이 온다. 


금요일 쉣. 

어제는 더. 오늘은 금요일만큼. 


금, 토 이틀은 12시에 출근인데, 출근했을때 키친 한켠에 산처럼 쌓여있는 설겆이 거리들을 보면 욕지거리가 나온다. 토나온다. 밤 11시 퇴근이라 10시 40분정도에는 디시워시를 멈추고 정리를 하는데, 그때부터 마감때까지 쌓여있는 설겆이 거리들이다. 어느 정도냐면...성인 배개 2.5개를 쌓아올린 플라스틱 상자같은게 있는데, 그게 한 14~5박스가 있다. 그것을 정신없이 해치우고 있으면 또 사람들이 점심때인지라 꾸역꾸역 몰려와서 설겆이 거리들을 토해낸다. 이걸 하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드냐면, 왜 게임 중에 타워 디펜스 이런거 있지 않은가. 웨이브마다 한차례씩 몹들이 나오면 방어를 하는 형식의 게임 말이다. 이건 뭐 웨이브가  중간이 텀이 없이 무제한으로 계속되는 느낌이다. 설겆이 거리만 있으면 난이도 노말인데, 나름 한국식 음식을 판다고 불판을 쓴다. 


참으로 이상하게 이네들은 불판을 바꿔야 되는것을 모르는건지 불판이 아주 새까맣게 개작살이 나서 온다. 이런 탄 불판은 한국 사람 인생 25년중 처음 보는 정도. 마치 돼지갈비를 구워먹고 그 양념이 탄것을 양념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느낌? 아주 탄게 누적이 되서 온다. 이것이 오면 철 수세미로 일단 1차 공정을 가한다. 벅벅 긁는다. 그 작업이 끝나면 2차 공정으로 드릴인데 끝에 쇠 수세미가 달린 것으로 남은 탄것을 갈아버린다. 내 생각엔 아마 그릴의 금속 성분이 같이 갈아질 것 같다. 그릴은 딱 보기에 대개 안좋아 보이는 그릴이다. 2차 공정이 끝나면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린다. 그 후에는 무슨 기름인지 모르겠는데, 캐나다 오일이라는 기름을 붓으로 덧칠한다. 


그저께 그릴을 바꿨는데, 더 닦기 불편해졌다. 오늘 쉬는 시간에 마함과 이것에 대해 불평했다.


어제는 아이고 죽겠네 시간도 안가네 이랬는데, 오늘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 힘들다 생각하면 더 죽는다. 그러니까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빨리 잡을 바꿔야겠다 하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


나는 내 장점으로 나름 근면 성실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데, 내 동료들 중 몇은 나보다 더하다. 살면서 이런 사람은 진짜 처음 보았다. 일이 힘든데도 정말 시간 오바를 할지언정 일을 완벽하게 한다. 난 집에 가고 싶은데 말이다. 


마함은 모로코 사람으로 28살이다. 모로코에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다. 캐나다에서 10년동안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 친구들은 자기처럼 다 외국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단다.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를 생각하면 되겠다. 유럽으로 갔던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다시 모로코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단다. 10년동안 했던 일중에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최악이라고 한다. 난 그게 첫 잡이고 말이다. 무슬림이라 팽 중이어서 8시까지 밥을 안먹다가 오늘 풀렸다. 알버타주가 돈벌기 가장 좋고 퀘벡주가 돈벌기 가장 별로란다. 현재 대형마트에 자리가 날 것을 기다리고 있단다. 


탱은 중국 사람으로 2002년에 캐나다로 왔다. 가족들은 중국에 있다고 한다. 더듬더듬 영어를 말한다. 불어도 그렇다. 내 이름을 한문으로 쓸줄 안다. 챠이코응이란다 내 이름이 중국말로.


홍은 내가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디시워셔일을 매우 잘한다. 치밀하고 세밀하게. 한마디로 전문가다. 탱보다 영어를 못한다.


탱은 잘 안그렇지만 둘은 진짜 자기 식당인양 열심히 일한다. 감탄사가 나올정도다. 만약 내가 사장이면 이런 사람을 쓰고 싶을 정도다.


사장은 여러명이라는데 직접 본 사람은 젊은 남자다. 일하고 있을 때 자기 차에다 먹을 것 싣는거 도와달라고 해서 함 도와줬다. 어디 놀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뼈빠지게 일하고 한 시간에 8불 받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안하고 놀러다니면서 돈 쫙쫙 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불합리한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시급이나 좀 올려주지 땀흘려 일하는데 8불이 말이 되나 엉엉 키친에서 가장 힘든 일이구만.


삶은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떤 상황에 있든지 생각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힘든 와중에도 열심히 살며 발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힘든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죽겠네 죽겠네 하며 정체되거나 후퇴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정말로 전자가 되고 싶다.


아무튼간에 이렇게 살고 있다. 버스보이로 업그레이드 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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