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회사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왔다. 한 곳에서 똑같은 말을 하며 똑같은 행동을 오래하다보니 좀이 쑤셨다. 발이 아파 다리를 일렬로 서고 옆으로 보았을때 세모 모양을 만들어 서니 그나마 좀 나은 느낌이었다. 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토요일은 내게 즐거운 날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힘든 날이 된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해보니 군대가 떠올랐다.
나는 의경으로 복무를 하였는데 아마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다 동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토요일은 부대정비라는 말을 쓰며 주중에 못한 청소, 빨래를 몰아서 하고 외출을 나갈 수 있는 날이었다. 내가 군대를 다닐 시기에는 똥군기가 가득한 시절이라 선임들의 빨래, 다림질등을 후임들이 다 맡아서 해야했다. 아침 점호가 끝나고 세면장에 있는 4개의 세탁기중 조금이라도 더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세탁기를 맡기 위해 죽어라 달리곤 했다. 빨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해야하기 때문에 세탁기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물이 차올르라고 고장난 샤워기 헤드(헤드가 없이 플라스틱 고무 호스만 노출되어 있음)를 세탁기에 대고 물을 대주었더랬다. 이런 잡일에 식당 사역(설겆이)까지 걸리면 그냥 죽었다고 보면 되었다. 일경때까지 토요일은 외출이 아닌 이상 그리 좋은 날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이제 곧 만 9년이 다되가는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유통업을 한다하면 보통 주말에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남들이 쉴때 일하고 내가 쉴때 남들은 일한다. 이로인해 좋은 점은 인기 있는 장소를 사람이 없는 때에 유유자적 즐길 수 있다는 점, 마찬가지로 은행 업무 보기가 편리하다는 점이 있다. 반대로 가족과 친구의 경조사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출 퇴근과 휴일이 일정하지 않으므로 무엇을 정기적으로 다니거나 배우기 어렵다. 자연스레 교회도 꾸준히 다니지 못했다.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은 유통업계가 매우 바쁜 날이다. 오늘도 오전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오후부터 사람들이 떼를지어 매장에 들이닥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많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보통 신경이 곤두서있는 편이다. 그래서 영업시간이 끝나고 사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아무도 없이 조용한 매장에 있을때는 무언가 긴장이 풀리고 나른해진다.
만 9년까지 앞으로 3개월. 그동안 주말에 정신없이 근무하였으니까 당분간, 아니 오랫동안 주말에는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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