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날이 좀 어두웠다. 씻고 1층에 있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은 뷔페식이었고 김밥, 오이소박이와 같은 한국 음식도 있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훈제 연어와 어떤 훈제 생선, 베트남 쌀국수 밥부터 디저트 과일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튀김류를 먹고 베트남 쌀국수도 먹고 훈제 연어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내가 먹어본 호텔 조식중에서 가장 다양한 메뉴인 동시에 맛있었다. 두번째로 맛있던 곳은 오사카의 비즈니스 호텔인데, 일본 가정식이라고 해야할까? 계란찜, 생선, 미소된장국등 맛깔나는 밥이었는데, 메뉴가 항상 똑같아서 조금 지루했었다. 아무튼, 밥을 다 먹고 경민이를 따라 호텔 라운지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애플 쥬스와 차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려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기도 힘들 터. 그냥 숙소에 있다가 오후 1시쯤에 체크 아웃을 하기로 했다. 경민이는 JW 매리어트 호텔로 향할 것이고 나는 구시가지에 있는 하노이 로얄 팔라스 호텔2로 향할 예정이었다. 쉬는 도중에 경민이가 정현이 형과 정섭 누나에게 영상 통화를 신청했다. 누나는 출근 중이었고 형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영상 통화 너머로 보이는 한국의 하늘은 무척 맑았으나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윽고, 1시가 되어 우리는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나는 호텔에서 호안끼엠 호수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백팩 하나를 메고 크로스백 하나를 더 메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전날에 걸었던 곳을 또 걸어다녔다. 베트남 사람들의 점심 후 모습은 덥고 나른해 보였다. 내가 걸은 곳은 옷 가게쪽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거나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상체는 티셔츠 진열대 밑에 집어놓고 허리 밑으로부터는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는 기이한 모습도 보였다. 계속 걷다가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숙소로 향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약간 달랐지만 그래도 짐을 놓고 약간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어서 체크인을 하고 싶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다가 안내하는 사람이 현재 내가 묵을 방이 공사를 진행해서 오후 9시 정도가 되야 묵을 수 있는데, 50미터 정도만 더 가면 자기네의 다른 호텔이 있다고 거기서 묵어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여기 호텔을 보고 예약한거지 그 호텔을 보고 예약한게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여기서 지내겠다라고 하니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따라나갔다.
길을 건너서 조금만 걷자 더 허름하고 오래된 호텔이 나타났다. 방에 들어가서 보니 뭐랄까...비즈니스 콘도? 모든 기물들은 다 낡았지만 그래도 호텔이긴 호텔이었다. 화장실도 있고 에어콘도 있고 그래서 그냥 오케이 하고 이곳에 짐을 풀었다. 검색해보니 가격도 내가 했던 곳과 똑같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더 낡은 느낌이었다. 쉐라톤 호텔을 뒤로하고 이곳에 오니 좀 안좋아 보이긴했지만 그래도 2만 5천원에 화장실까지 달린 개인 방이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살펴본 후에 밖으로 다시 나갔다. 연호가 빌려준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 근처에 괜찮은 쌀국수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이름은 PHO 10이었다.
쌀국수를 주문하고 '노 커리엔더'를 요청하고 잠시 기다리니 쌀국수가 나왔다. 먹어보니, 맛이 있었으나 우와 대박이다! 이 정도의 맛집은 아니었다. 그냥 우리나라 김밥천국에서 라면 먹을때 드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한국에서 먹던 쌀국수보다는 맛있었다. 내 바로 뒤에는 한국인 여행자 두명이 앉아서 쌀국수를 주문했다. 밥을 다 먹고 또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구시가지를 계속해서 걷다보니 조금 큰 도로가 나왔고 그곳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엄청난 오토바이 학부모들이 아이를 픽업해가기 위해 교문 앞에서 대기를 타고 있었다. 정말 오토바이가 많았다. 바로 옆은 공장인듯 했는데, 마대자루 위에 아이들이 앉아있고 아이가 나오면 오토바이에 태워서 도로에 나가고 정신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후 조금 더 올라가니 지하철 역이 나타났다. 지하철 역은 좀 작은 규모였다. 그곳을 뒤로하고 걷기 시작해서 다다른 곳은 Cafe Nang 이라는 오래된 커피숍이었다. 그 지점이 오래되 보이지는 않고 분점인듯 하나 본점은 1959년부터 시작했다고 한 것 같다. 그곳에 앉아 연유가 들어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러던 도중 5시 정도였을까 갑자기 길거리에서 방송이 나왔다. 베트남이 공산국가임을 감안했을 때 어떤 국가 홍보를 하는 것 같았는데, 전봇대에 달려있는 스피커에서 소리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휴식을 취한뒤에 걷다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조금 기다리다 경민이가 전날에 커피를 마셨던 커피 콩에서 7시에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러다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서 잠시 상점의 천막 아래에 서 있었는데, 전통 모자와 어깨에 매고 다니는 짐에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들고 다니는 상인이 내가 사진기를 들고 있는걸 보더니 자신을 찍으라고 했다. 그래서 웃으며 그 상인을 찍으니 자기가 나를 찍어주겠다며 모자와 짐을 나에게 넘겨주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딱 봐도 이걸로 돈을 요구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냥 기념상 가만히 있었다. 역시나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들이밀며 5만동을 달라고 했다. 너무 비싸다고 하니, 2달라밖에 안한다고 하길래 사진도 찍어줬겠다 그냥 2천원이니까 하고 구매했다. 파인애플은 필요없다고 하고 바나나만 받았다. 조금 있으니 경민이가 도착해서 들어가서 스무디를 마셨다. 맛있긴 하였는데, 양이 너무 많았던지 배가 불렀다. 그곳에서 나와 분짜가 유명한 곳으로 가서 분짜를 시켰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맛도 없었고 젓가락만 깨작깨작하다가 나왔다. 무언가 아쉬워서 맥주나 한잔 더 하자고 하며 동네를 한바퀴 돌았는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거나 해서 그냥 오늘은 집에 가자 하고 경민이는 우버를 타고 매리어트로 돌아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이 잘 나오긴 하였으나 수압이 조금 아쉬웠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좀 누워있다가 잠이 오길래 자연스럽게 잠을 청했다. 이렇게 두번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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