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여행기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와도 블로그에 업로드하지는 않았어서 말이다.
이번 여행은 올해 여름 몬트리올로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외국에 나갈것을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다가 세리가 방콕에 릭이 온다고 해서 나도 덩달아 가게된 여행이었다. 그런데, 오트만도 오고 마치 몬트리올에 다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한국에서 시엠립으로 갈 때 이용한 항공사는 이스타젯이었다. 처음 타보는 저가 항공이었는데, 9시 5분에 한국에서 출발하여 시엠립에 12시 20분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가격은 19만원으로 매우 저렴하였다. 이렇게 저렴할수가... 하지만 저가 항공답게 종이컵에 담겨있는 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다 다 유료였다. 자리도 다닥다닥 붙어있던게 정말 불편해서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또한 출발시에는 9시 5분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던 것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많아 대기를 해야한다고 하며 40분 가량을 활주로에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게 왜 그런 것인지 비행기를 많이 타볼 기회가 없는 나로서는 저가 항공은 이륙 순위에서 밀리는 것인가? 하고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 좌석의 구조는 3 3 형태로 가운데 통로를 제외하고 양 쪽에 자리가 3개씩 위치한 형태였다. 나는 창측에 앉았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쩔수가 없었다. 비행기 여행은 원래 통로쪽을 선호한다. 화장실을 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좌석은 비상구 바로 앞 창문 좌석인데, 이곳은 자리도 넓어서 좋다.
내 옆에는 어떤 남자와 그의 어머니가 앉아 계셨는데,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패키지여행을 하는듯 보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한동안 있다가 승무원들이 음식물을 팔기 시작했다. 그중에 압권은 짜장범벅이었다. 가격은 5천원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1000원도 안하는 짜장범벅이 하늘 위에서는 그 5배다. 나는 가격이 너무 심하게 차이나서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얼마나 좋던지... 그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석중 누군가 한명이 짜장범벅을 먹기 시작하면 사방으로 냄새가 솔솔 퍼진다. 그러면 다들 유혹에 굴복해서 하나씩 먹더라. 이게 냄새를 더 나게 해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스타항공의 상술이 아닌가 싶다. 나는 꿋꿋이 참아냈다.
자리는 불편하고 비행기는 늦게 이륙하고 잠은 안오고 머리 속에서는 아...저가항공은 아무래도 안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창밖을 보니 깜깜하니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하늘 쪽은 달랐다. 여태까지 내가 봤던 별중에 가장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게다가 때때로 유성이 떨어지기도 하는것이 아닌가! 대략 10개정도 소원을 빌었다.
어느덧, 비행기가 시엠립 상공을 날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드문드문 숲속에 불들이 켜져있는 것만 보였다. 시각은 대략 2시에 가까워져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넓은 활주로에 비행기가 꼭 주차장에 차가 대여져 있는 것처럼 일자로 대여져 있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활주로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계단차를 타고 활주로로 내려왔다.
처음 맡아보는 열대의 공기...덥고 습했다. 12월에 덥고 습하다니 여름에 우기에는 어떨지...
공항은 그냥 하나의 큰 건물이었는데, 규모로 보자면 여태까지 다녀본 공항중 제일 작았다. 내가 타고 온 비행기에는 딱 3명을 제외하고 다 한국인이었던 것 같은데, 비자를 만드는 곳에 줄을 쭉 섰다. 다행히 일찍 나온 편이라 내 뒤에는 줄이 더 길었다. 비자를 만드는 공무원들은 대개 무뚝뚝해보였다. 내 순서가 다가올무렵, 앞쪽에 있는 아줌마가 1불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참고로 비자 발급수수료는 30불이다. 아, 캄보디아는 달러가 더 상용화 되어있다. 아무튼, 아줌마를 보니 불현듯 인터넷에서 본 글들이 생각났다.
'비자 발급시 1불을 더 요구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가이드로 단체로 온 한국인들이 비자를 빨리 받을려고 1불씩 주었다가 악습이 생긴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앞쪽의 부부가 무언가 아연실색한 모습이었다. 좀 지켜보니 1불을 쥐어주니 통과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부터 수수료를 받는 공무원은 계속해서 '원달라' 를 말하거나 손으로 1 자를 만들었다. 주지 않는 사람들은 아예 여권을 받지를 않았다. 사실, 1불이 큰 돈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1불을 주자니 돈이 너무 아까웠다. 그 공무원은 나한테도 원달라를 요구했고 나도 울며겨자먹기로 1불을 냈다. 비자를 발급받고 여권심사? 하는 곳으로 가니, 공무원이 빨리빨리 이런 말을 했다. 아...우리나라나 중국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나는 그곳에서 돈을 또 안냈는데, 거기서 또 돈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돈을 내는 사람들도 있더라. 기가막혔다.
공항을 나오니, 한국 사람들은 관광버스쪽에 좀 있었고 나는 혼자였다. 버스나 택시, 뚝뚝을 알선해주는 곳에 가서 물어보니 뚝뚝이나 택시를 타야하는데, 더 싼건 뚝뚝이랬다. 원래는 5불인데, 10불을 요구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통수단을 이용할때는 매번 바가지를 당하는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바가지를 당한 것 같다.
10불을 내고 어떤 사람을 따라 걸어가니 뚝뚝이가 있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관광객 혼자 그의 선함만을 믿고 뒷 자석에 올라탔는데, 내심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뚝뚝을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보니 좌우로 작은 크기의 호텔들이 쭉 들어서 있었다. 길거리에는 들개들도 대개 많이 있었다. 한참을 타고 달리다보니 어느 캄보디아인 2명을 추월했는데, 뒤에 탄 사람이 나를 보더니 씨익 웃더라. 그러다 갑자기 그들이 뚝뚝을 추월해서 가길래 내심 더욱 긴장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들어가니, 갑자기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보니 릭이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세리는 내가 1시쯤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실패한줄 알고 들어가서 자고 있다며 자기는 사진 복구 때문에 여기 앉아있다고 했다.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4, 5시정도였으니 매우 피곤했는데, 1시간 반정도 있다가 앙코르 와트로 일출을 보러간다고 해서 잠자지 않고 기다렸다.
4시가 되니, 세리가 내려왔고 4시 30분정도가 되니 세리 친구 피룸이 뚝뚝이를 끌고 나타났다. 4시 30분 정도였는데, 거리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다녔다. 앙코르 와트로 가는 길에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보였다. 5시가 좀 넘은 시각에 매표소로 가서 20불을 내고 원데이 패스를 끊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리는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표를 안사도 되었다. 이중국적이 역시 좋은듯.
피움이 우리를 데리고가서 내린 곳에서는 피움이 led 라이트를 키고 앞장섰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갔다. 입구에 들어설때에는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이었다. 정말 깜깜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따라가니 연못이 보였고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도대체 몇시에 나온건지, 모기도 많을텐데 일출을 보러 온 사람이 꽤 있었다. 피움이 좋은 자리쪽으로 우리를 안내했고 우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도착하니 5시 20분안팎이었던 것 같다. 릭은 삼각대를 꺼내고 카메라를 준비했고 그곳의 거의 대다수가 다들 비슷하게 카메라를 삼각대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카메라를 안가져온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손전등으로 연못과 앙코르와트를 비추었다. 좀 기다리고 있으니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의 화면에는 벌써 붉은 빛과 앙코르와트가 찍히고 있었다. 나도 아이폰4로 앙코르 와트를 찍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앙코르 와트가 붉은 빛을 배경으로 나타났다. 정말 아름다웠고 거기있는 모두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옆 부근에서는 자리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잠도 안자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는데, 오랫동안 한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해가 뜨는 하늘을 보니, 일할때 뜨는 하늘과 비슷한 것이 우스웠다. 얼마동안 사진을 찍고 이제 환해져 모든것이 잘 보일때 뒤를 보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정말로 엄청난 인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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