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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많이 걸은 파리 2일차.

이글루 리페어 2014. 9. 11. 19:23

거의 한달 전 이야기다.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쓰려하나 20대 후반의 머리는 이전같지 않은 법... 생각나지 않은 부분은 앞으로 각색을 좀 해야겠다.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한 허구랄까?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잠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5시가 좀 지나서 눈을 떳던 것 같다. 부모님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날은 좀 밝아져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모두 걷는 일정! 걸어서 에펠탑을 찍고 근처 앵발리드를 갔다가 로댕박물관을 가고 알렉산더3세 다리를 지나 그랑팔레와 쁘띠팔레를 지나 엘리제궁전을 갔다가 샹젤리제 대로를 지나 개선문을 오른 후 걸어서 다시 에펠탑으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 일정은 한국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허황된것이었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햇반과 약간의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상점들과 박물관 모두 10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대략 8시 30분정도에 집을 나선 것 같다. 아버지는 어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문 따는 연습을 계속 하셨다. 나도 강권하였다. 문여는게 이상하게 어려운 집이었다.


집을 나서니 찬 바람이 몸을 둘러쌓고 우리 가족을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 우연의 일치로 대학교 동기가 먼저 파리에 와있었는데, 친구에게 날씨가 어떤지 파리에 오기전에 물어봤었다. 춥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야상과 자켓을 입는 사람도 있다고 하여서 많이 추울까 싶었었다. 그리고 그이의 페북에서 찍은 파리 광경을 보니,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우리 가족은 대체로 가벼운 난방만 챙겨온 상태였다. 이전에 뉴욕 여행을 갔을때 추워서 자켓을 구매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그래야되는 상황에 빠졌다. 그래도 2일차에는 그다지 그런 필요성을 못느꼈다. 아직 몸에 내구성이 괜찮았다고 해야할까.


걸어서 걸어서 에펠탑을 향했다. 거리에 노점에서는 싱싱한 과일들을 팔고 있었고 아침의 시원한 공기와 사람들의 출근하는 모습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주택가가 있는 길로 걸었는데, 사람이 정말 없었다. 집들이 꼭 인셉션에서 도로가 접어져 맞붙는 곳의 집과 비슷하게 생겼다. 아파트가 하나도 없고 건물 하나하나가 다 개성적이었다. 우리나라도 물론 개성적이지만 우리나라 상가 건물이나 주택은 이쁘게 지은 전원주택이 아닌 이상 뭐랄까... 멋있지는 않지 않은가.


주택 사이로 에펠탑의 윗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부모님에게 저기요 저기 에펠탑이요 라며 환호했다. 조금 더 걷자 마침내 에펠탑이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화면, 그림, 책, 상상에서만 보던 에펠탑이 눈 앞에 있었다. 이런 기분은 어떻게 설명할지 잘 모르겠는데, 벅차다고 해야되나? 일찍 갔기 때문에 사람들도 정말 없었다. 사람이 있는 부분은 멀리 에펠탑 바로 밑의 전망대에 있는 줄 정도였다. 




위에 사진은 조금 후에 관광객들이 더 모였을 때다. 처음에 갔을 때에는 사람들이 정말로 없었다. 이곳에서 어떤 한국분도 만났다. 그분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가족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 흐려서 안타까웠지만 앞으로 남은 날이 많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조금 걷자 에꼴 밀리떼흐가 나타났다. 




우리는 앵발리드를 향해서 계속해서 걸어갔다. 중간중간 커피숍, 레스토랑에서는 밖에 위치한 많은 테이블들을 볼 수 있었다. 몬트리올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기가 그 본고장이구나 싶었다. 조금만 더 걷자 금색 돔이 머리를 빼꼼이 밀었고 앵발리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입구를 찾아 걸어가자 그동안 인터넷에서 수없이 들었던 에펠탑 흑형들이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입구로 들어갔고 흑형들은 그 안까지 들어올 수는 없었다. 


아직 10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밖에 서 있는데 찬 바람이 체온을 계속 앗아가다가 결국 동상에 걸리고 말았다는 아니고 구석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10시가 되지마자 매표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뮤지엄패스 3일권을 구매하였다. 카드도 된다고해서 엄카로 구매! 볼펜으로 뒤에다 날짜와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관을 보러 갔다.







나폴레옹의 관이라니!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라고 말하고 세계사 교과서 및 여러 군데에서 보던 그 사람의 관이라니. 참 감회가 새로웠다. 프랑스 중고등학생은 공부할때 직접 와서 봐도 되니까 좋겠다 싶었다. 앵발리드를 뒤로하고 전쟁 박물관에 가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옛 갑옷과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많은 것이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진짜 안에 들어가보면 깜짝 놀랄만한 양이 전시되어 있다. 보존도 매우 잘 되어 있는데, 그 전시해놓은 구성이 꼭 예비군 훈련 갔을때 철모랑 요대 꺼내갈 수 있게 해놓은 식으로 해놓아서 현대 무기가 모두 사라지면 다시 사용해도 될 법하게 해놓았다. 





앵발리드를 뒤로하고 로댕 박물관으로 향했다. 처음에 입구에 줄이 있었는데, 뮤지엄패스를 소지하니 마치 VIP처럼 금새 들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더 진가를 발휘하는 뮤지엄패스 고놈 참 잘 구매했더라. 


로댕 로댕 역시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보고 듣던 것을 실제로 보게되니 좋았다. 파리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 느낌은 그냥 앞으로 생략. 이곳은 로댕이 실제로 살던 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다고 하는데, 참 잘 살았던거 같더라. 넓직하니, 예술하기에 좋아보였다. 







로댕 박물관을 뒤로하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중국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셋트식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우리 가족은 대체로 식사 선호도가 갈리는데 이곳도 그래서 조금 돌다가 돌아왔다. 내 기억으론 짜장짜장 탕수육에 짬뽕 추가였던 거 같은데 그건 아니고 밥류 또는 면류 거기다 반찬류에 만두나 튀김 선택을 할 수 있던 곳이었다. 파리에 온지 처음으로 불어를 썼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분위기였기 때문. Je vais prendre... 세트를 가리키며 말하자 금새 알아들었다. 그래서 Ça를 외치며 선택했고 부모님은 손가락을 가리켜서 주문을 완성했다. 거기다가 에비앙 두병까지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나와 아버지 식사는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어머니꺼는 진짜 장난아니게 짰다. 아직도 맛이 기억나니 오지게 짰나보다. 굴소스에 고기를 아주 졸인 맛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한국 남자애 두명이 있었는데, 한명이 중국말로 주인과 대화를 해서 적잖이 놀랐다. 걔네들은 뭔가 부유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를 거치고 온 것 같았고 차림새도 뭔가 그래보였음. 밥을 먹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세느강을 건너가야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3세 다리를 건너는 도중 다리에서 에펠탑이 보이기에 사진을 찍었다.





그랑 팔레와 쁘띠 팔레를 지나가던 도중인데, 쁘띠 팔레에서 무언가 전시회를 하는 모양이었다. 길이 아주 길었는데, 이만한 줄은 나중에 가게 되는 베르사이유궁전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때에는 줄이 아주 길다고 생각, 안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드골의 동상이 나타났고 조금 걷자 저 멀리 개선문이 보였다.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컴퓨터로 보니까 사진들이 다 너무 환한 것 같다. 아버지는 에너지가 빨개지셨는지 바로 샹젤리제 거리로 가자고 하셨는데, 나는 그래도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 궁전이 여기서 얼마 멀지 않다고 아버지를 독려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엘리제 궁전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





엘리제 궁전 앞을 가고 있는데, 어떤 중국인이 저기 보이는 경비병과 사진을 찍으려고 아이들을 옆으로 보냈고 자신은 무단횡단을 일삼으며 사진을 찍는데, 보기가 안좋았다. 게다가 경비병은 이러면 안되는듯 표정이 안좋았고 애들은 그 옆에 서있지도 못했다. 엘리제 궁전은 정말 볼게 없다. 저게 다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시 샹젤리제 거리로 향하다가 중간에 보이던 공원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땐 그래도 많이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 공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고 비둘기들은 그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부스레기를 먹으려 경쟁을 하고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를 가니 마치 잘 알고 있던 우리 동네 내고향 한우촌이 있는 그 거리같은 친숙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이런 클리셰한 노래 함 들어줘야 하지 않은가 이곳에 오면. 그러진 않고 걷다가 라뒤레라는 유명 마카롱 상점에 들어갔다. 줄을 서서 들어가야했다. 안에 들어가니,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이 생각났다. 그동안 먹었던 마카롱은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던데 하며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다. 입구에서는 마카롱 메뉴판을 나눠주는데 미리 10개를 구매해야겠다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 점원에게 쇼콜라쇼, 로즈, 민트, 바나나등 도합 10개 줘. 라고 하니 10개는 안판단다. 8개 아니면 12개를 골라야해라고 하길래 그럼 두개씩 고른 맛을 가리키며 저거 하나 하나만 할게라고 했다. 계산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잠깐 사이에 비가 온 상태였다. 맛을 보려고 상자를 여니 아뿔싸! 그렇게 마음씨 좋아보이던 점원에게 동양에서 서양문물을 관광하러 온 한 가족은 통수를 맞았다. 나는 8개를 구매하려했는데, 12개가 있던 것. 어쩔수 없었다. 먹어보니 이게 그렇게 맛있는 건가? 하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조금 걸어가니 맥도날드 샹젤리제점이 있었다. 부모님이 커피 한잔 하고 싶다 하셔서 들어갔는데, 매장이 장난 아니게 컷다. 파리에 있는 맥도날드는 특이하게도 무인 자판기가 있다. 빠른 주문대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사람이 말그대로 미어 터졌다. 커피를 시키고 2층에서 좀 쉬고 있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우리 뒤, 아버지 바로 뒤에 앉은 좌석에 있던 사람이 양복을 입고 오토바이 헬멧을 땅에다 놓고 뭘 하려했는데 그땐 별 생각없이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에 특이한게, 그냥 벽에다 대고 오줌을 갈기면 된다. 그 오래된 화장실 중에 양철로 길게 되어잇는 남자 소변기와 같은 형태인데, 이게 그냥 검은 벽이다. 어릴 적 이후 오랜만에 벽에다 오줌을 싸고 다시 자리에 돌아왔는데, 아까 그 양복입었던 사람이 아버지 주머니를 뒤적였다고 했다.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다행히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양복쟁이가 소매치기라니...이런 반전이! 아무튼 조금 더 쉬다가 물을 구매하고 개선문으로 향했다.












개선문을 가는 방법은 바로 위 사진에서 보면, 대로의 좌측에 지하로 들어가는 곳이 있다. 그곳을 통해 지하로 가서 개선문으로 나올 수 있다. 여기서도 뮤지엄패스가 빛을 발했고 우린 금새 개선문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도 여기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회전식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가야된다. 올라가보니 기분이 좋았다. 대체 기분이 좋았다 말고 형용할 수 있는것이 뭐가 있지...내 표현력의 한계다 이게. 어렸을 때부터 일기장의 마지막에는 ~해서 참 좋았다. 이렇게 썼었는데, 내 표현력은 초딩에서 정체되어있는듯... 아무튼, 탁 트인 곳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니 시원했다. 하하 몇 시간 전만해도 한국에서 살려고 아둥바둥 하고 있었는데, 파리에서 개선문에 올라와 있다니. 다시 가고싶네. 


개선문에서 내려와서 한국 블로그에서 많이 볼 수 있던 홍합 전문점 Leon을 향해 갔다. 뭐라 쓸말이 없다. 진짜 별로다. 서비스도 별로. 홍합 뭐 그리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싼 한국 홍합탕이 백배 낫다. 20유로 넘게 주고 먹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파리 최악의 식사였다. 다시는 국내 블로그를 믿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동안 속은게 얼마나 많던가.


밥을 먹고 나왔는데, 도저히 걸어서 에펠탑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이 때 친구를 샹젤리제에서 만날까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몸이 노곤노곤하여서 그냥 집에서 자기로 했다. 이렇게 파리 2일차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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