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엄청 설레거나 그러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나이를 먹는것은 좋지 않다. 소풍 전날의 기대되고 흥분되는 마음을 가지면 좋을텐데 왜 익숙해지는건지.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흠 생수와 우유등 비교적 빨리 먹어서 없에는 것들은 다 없에도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공항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불현듯, 프랑스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있어야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에게도 말씀드렸다. 이런 낭패가...하는 얼굴이 조금 보였으나 비자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서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3년이 넘어 매우 느린 내 아이폰4로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도 비자가 필요치는 않았다! 하지만 바로 연이어 그렇다면 모스크바 경유시 비자는 필요한가?가 떠올랐고 다행으로 이것 역시 비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름 준비하고 계획해서 가는 여행이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가장 기본적인 것을 빼먹었다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붙이러 대한항공 카운터로 향했다. 원래는 아에로포트 러시아항공권을 끊었는데, 제휴사로 모스크바까지 갈때 올때 모두 대한항공을 이용한다. 이전에 뉴욕을 갈때에는 델타항공을 끊었는데, 대한항공제휴여서 2층짜리 보잉기를 타고 떠나서 좋았었다. 짐을 붙이고 나니, 어머니께서 여행자보험을 들기를 원하셔서 보험을 드는 곳으로 향했다. 아, 그런데 대기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기나긴 대기시간 끝에 가격을 물어보니,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냥 들지 않았다. 다음에 여행자보험을 들 때에는 꼭 집에서 들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내 핸드폰 로밍을 신청했고 마침내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이쯤되자 약간 기분이 들떳다.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잠깐 물건을 살펴보고 게이트로 향했다. 파리 파리... 사실, 유럽여행은 그다지 나한테 와닿는 여행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뉴욕이 훨씬 임팩트가 컷었다. 그래도 파리는 이전부터 뭔가 로맨틱한 도시 느낌으로 생각했기에 유럽에서는 가장 가고싶은 도시였다. 에펠탑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게이트 옆 의자에 앉아 타고 갈 비행기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마침내 비행기에 올라탔다.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대략 10시간 안밖이었던 것 같다. 아시아 대륙은 북미 대륙만큼 광활했다. 옛날 사람들이 실크로드로 이곳을 횡단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너무나 긴 여행이었다. 간혹가다 밑을 내려다보면 구불구불한 강이 보였고 학교다닐때 배웠던 우각호? 같은 것도 보였다. 광활한 자연이었다. 가는 도중에는 영화 '노아'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편의 영화를 시청했다. 밥은 대체로 괜찮았던 것 같다. 이전에도 느낀거지만 장거리 비행기는 꼭 사육당하는 느낌이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기내식을 몇번이나 받아먹고 음료도 받아먹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모스크바 공항에 내려서 환승을 기다렸다. 모스크바 공항의 첫 느낌은 약간 황량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해가 지고 있을 때였고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날은 더웠다. 러시아 사람들은 정말로 러시아 사람같이 생겼다. 동유럽느낌이라고 해야될까.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탔다. 여기서는 아에로포트 항공을 탔는데, 스튜디어스가 확실히 러시아 사람같이 생겼었다. 좌우 33 짜리 좌석이었다. 오른쪽에는 프랑스 남자 2명과 일본여자 1명, 그 뒤로는 일본 남자 3명이 앉아있던게 기억난다. 프랑스 남자들은 진짜 프랑스 사람같이 생겼었다. 그런데, 발랄한게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웃는데, 약간 시끄러웠다. 러시아 말은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문자도...무슨 어라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4시간이 좀 넘는 비행시간이었다. 파리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하늘이 깜깜해져있었다.
도착하고 짐을 찾으러 Baggage claim 으로 갔는데, 이상하게 우리 짐이 나오질 않았다. 우리 말고도 대략 8명 정도가 짐을 못찾고 있었다. 그러나 컨베이너 벨트는 멈췄고 전광판에서는 짐이 다 올라왔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럴수가, 바로 전날에 모스크바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는 것을 읽고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피로한데다가 당혹감이 밀려오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거기다 인천공항에서 했던 무제한 로밍도 잘 되지 않는듯 싶었다. 사람들이 공항 직원에게 가자 직원이 수화물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필요한 서류를 주며 뭐라고 불어로 이야기했다. 어떤 한국인 남자애도 우리 가족처럼 짐을 못찾고 있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한참 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자리를 떳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람만 그곳에 있었다. 갑자기 어떤 직원이 오더니 손짓을 했다.
그곳으로 가보니 우리들의 짐이 그곳에 있었다!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서류를 작성하고 한다 해도 분명 전화는 불어로 올것이었고 혹시 영어로 전화를 건다고 해도 나는 전화 영어가 약했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머니 아버지 짐 두개를 잃어버릴 상태여서 부모님이 겪을 고생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했던 차였다. 너무나 다행히도 짐을 찾고 이제는 한국에서 미리 공부했던 르와시 버스를 타러 공항을 나섰다. 옆에 있던 한국애는 자기는 RER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해서 웃으면서 헤어졌다. 티켓을 발권하고 밖에 나오니 날씨가 무척 쌀쌀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쌀쌀할 줄은 몰랐었다. 준비해온 얇은 난방을 입고 버스를 기다렸고 마침내 버스가 와서 우리는 공항에서 시내로 향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얼마동안 달렸을까 건물 사이로 조명이 켜진 에펠탑이 보였다. 옆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께 에펠탑을 보라고 가리켰다. 시내의 건물들은 다들 고풍스러웠다. 정말 19세기말부터 20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도 제 구실을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프랑스인한테 들어보니, 자기들은 그런 낡은 건물에 에어콘도 없어서 불편하다고 하던데 우리가 보기에는 도시가 멋있게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이 보였다.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라 모트 피켓? 역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하도 소매치기 주의를 하라고 해서 주의를 했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시각이 11시를 넘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있었으나 괜찮았다. 역을 내려서 원래 대로라면 인터넷이 되서 현 위치를 알려줘야할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 종이 지도를 꺼내서 위치를 확인하고 길을 걸었다. 조금 가다보니 맥도날드가 있었다. 물을 사기위해 들어가니, 입구에는 흑형이 시큐리티를 하고 있었고 내부는 기계판매기 4개 그리고 계산대가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댔다. 12시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다리다 에비앙을 구매하고 숙소로 갔다.
숙소는 airBnB를 이용했다. 민박처럼 뭔가 주인을 만나야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집은 그러지 않아도 집으로 출입을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밖 현관은 비밀번호로 들어갈 수 있었다. 3층을 올라가니, 문 옆에 작은 보관함이 있었고 그곳도 비밀번호를 통해서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문이 이상하게 안열리는 것이었던것! 아버지는 너무나 힘든 나머지 계단에 앉아서 풀이 죽어계셨고 어머니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안타깝게도 문을 열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집 주인에게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로밍도 안한 상태였고 12시가 넘어서 쉽사리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대략 15~20분동안 그 앞에 있던 것 같다. 아버지에게 바통을 넘기고 나는 로밍을 해야겠다 해서 설정에 들어가 로밍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게 내가 신청했던 무제한 로밍과는 별개인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바로 내가 신청한 무제한 로밍을 할 수 있는 거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러는 순간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문을 따셨고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잠을 자야할 시간도 훌쩍 넘긴 상태였고 우리는 매우 피곤했다. 짐을 풀고 대충 씻은 후 서둘러서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도착부터 진이 빠지는 프랑스 파리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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