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Routine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

이글루 리페어 2013. 8. 30. 16:35

 내 생에 가장 끔찍했던 여름도 이제 물러가는 것인가. 아직 열대야를 겪은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평소와 같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에 있으니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8월 30일. 원래 정상적인 날씨대로라면 차가워지는게 맞겠지. 요새는 그런데 10월에도 좀 덥게 느껴지다가 11월 수능이 다가와서야 추워지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차가운 바람이 반갑다. 8월 한창 한증막같은 날씨에 정말 혀를 내둘렀었다. 어떻게 날씨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지 기겁을 했었다. 그래도 모든것이 그러는 것과 같이 이것도 지나가나 보다. 이번에는 이렇게 지나가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더욱 징할까봐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몇 일전에는 세영이랑 말범이랑 아라뱃길을 통해서 여의도공원을 다녀왔다. 아라뱃길은 이번에 처음 간 것이었는데, 참으로 잘 조성을 해 놓았더라. 수질문제는 안좋다고 들었지만 말이다. 원래 땅이었던 곳을 파내고 거기에 물길을 만들어놨다는게 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인위적이지만 말이다. 여의도까지는 총 1시간 30분이 걸렸다. 생각보다 꽤 만족스러워서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번 여행은 사촌동생 자전거를 빌려했음. 말범은 헬스 운동도 꾸준이 하고 했으나 최근 손해사정사 시험때문에 많이 쉬고 하체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힘들어했다. 김세는 평소에도 자주 서울을 와서 별로 많이 피곤해보이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서점에서 구입한 맛스타드림의 책을 보고 스쿼트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이 해대서 그런것도 있고 몬트리올에서 지낼때 자전거를 진짜 많이 타고 언덕도 올라가버릇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때문에 다리 근육이 꽤 많이 자란것 같았다.


 토익 시험을 쳤는데, 생각외로 꽤 잘 나와줘서 기분이 좋았다. 정규 토익시험에서는 팔백을 넘어본 적이 없었는데 구백을 넘어서 약간 놀랐다. 토익공부라고 해봐야 시험 보기 한달 전 문제집 한권이랑 모의고사를 총 5회정도 풀었던 것이 다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래도 몬트리올에서 거의 1년동안 외국인 친구들과 맨날 어울리고 인터넷도 외국 사이트만 들락날락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영어자막으로 본게 큰 도움이 되었나 싶었다. 나로서는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재미있게 했으니 정말 좋다. 


 이제 다음주부터는 내 대학생활의 마지막 한학기가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시간이 왜이렇게 빨리가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에는 언제 어른이 되나 싶었는데, 숫자로는 이미 어른이 된지 오래지만 정신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서 나도 곧 늙겠구나 하면 아쉽다. 그리고 짧은 인생동안 해낼 수 있는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 생각을 하고 또렷하게 살아야겠다 역시. 


글을 쓰다보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고작 타자를 두드리는게 육체노동인 것인가 아니면 창문을 조금 닫아 땀이 난 것인가 모르겠다. 다시 창문을 열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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