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Routine

말랑말랑

이글루541 2012. 5. 30. 14:27

시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이다. 즐거운 일을 할때에는 그 순간을 즐겨서 시간가는게 아깝고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아무튼, 이게 아니라


빅이슈 봉사활동을 해보았다. 판매 도우미는 빅돔이라고 불린다. 빅돔 활동을 하기 전에, 영등포 시장 부근에 있는 빅이슈 코리아 사무소에가서 교육을 받았다. 청과 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허름한 시장이었다. 들어가니, 나 말고 네명의 학생이 먼저 와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학생들은 더 많이 왔고 대략 10명 정도가 같이 교육을 받았다. 노숙을 하는 분들 중에는 이전에 대기업에 종사하던 분들도 있다하고 사업으로 잘 나가던 분들도 계셨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 실패등으로 가진 것을 잃고 거리에 내던져졌다. 거리에 있는 분들과 조금만 같이 지내면 금새 사람이 똑같이 변한다고 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고등학생 나이의 청년은 아저씨들과 어울리게 되어 서울에 온지 한달만에 알콜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도박, 술의 굴레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빅이슈는 잡지로 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 수익금의 1500원은 판매자에게 간다. 꾸준하게 해오신 분들은 서울에 있는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신다. 빅이슈 코리아가 문을 연지 2년이 되었는데, 임대 주택에 들어가신 분은 열명이 채 안된다고 들었던 것 같다. 빅돔은 단순히 판매를 도우는 일이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는 분들은 사회에서의 냉대로 사람을 대하기 힘들어한단다. 사람 눈을 잘 못보는 분들도 계시단다. 그런 분들이 사람 많은 곳에서 다시 재기 하려는 데 이때 빅돔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자신을 지원해주는 사람. 거기서 힘을 얻는다고 한다.


나는 홍대에 도우미 일을 하러갔다. 이전에 홍대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한번도 구매해본 적은 없었다. 약속 시간은 5시였다. 학교를 끝마치고 홍대로 향하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 30분 정도 늦는다고 하시네요." 밥을 미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홍대에 가니, 축제기간이라 평소보다 더 시끌벅적했다. 나는 멕시코 음식점에 들어가 타코를 먹으며 일이 어떠할까 생각해보았다. 다 먹고 판매처로 가보니, 아직 선생님이 오지 않으셨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젊은 남녀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다들 바빠보았다. 어떤 분일까? 서울역에서 보는 사람들은 좀 무서웠다. 이 분도 무서우면 어떡하지...그 때, 선생님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늘 일 도와드리러왔어요." 인상이 선해보이시는 분이었다. 지갑을 잃어버리셨다고 했다. 나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 옆에 서있었다. 10분정도 지났을까...아무도 잡지를 구매하러 오지 않았다. '어라, 좀 팔릴줄 알았는데...' 내가 잡지 한 부를 들고 '빅이슈 한번 보고 가세요~'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는데, 사는 사람은 없었다. 2시간 30분동안 총 8권 정도를 판매했다. 


'시간 있으면 옆에서 차나 먹고 가'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다. 선생님이 커피를 사주셨다. 교육을 받을때 과거에 대해서 묻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판매내내 그리고 여기에 와서도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꺼냈다. 공사 일을 하시다 사고가 나서 더이상 그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물어보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가게를 나서니, 많은 젊은이들이 길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거리는 평소와 똑같았으나 나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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