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Routine

여름 휴가로 남해에 가다

innop541 2023. 6. 22. 00:16

아내의 외조부께서 남해에 거주하고 계신다. 아기 돌 전에 인사를 드리러 1박 2일로 남해를 다녀왔다. 이것으로 지금까지 총 3번 남해를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을 방문해보고 여행하였지만 그중에 남해가 가장 이쁜 것 같다. 남해 대교를 지날 때 우측으로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작은 섬들과 배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매번 차를 타고 지나가서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하였지만 기억 속의 그 모습이 참 이쁘게 남아있다.

도미와 세꼬시?

아내의 외할아버지께서는 남해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토박이라고 한다. 선소 마을에서 회를 먹고 식당을 나서는 길에 할아버님께서 갑작스레 골목에 앉아계신 할머니에게 ㅇㅇ이 아직 있소? 라고 물어보셨다. 안타깝게도 ㅇㅇ이와 다른 서너명 모두 이미 돌아가셨다고 답변을 들었다. 한 곳에서 80년 이상 거주하셔서 물어볼 수 있을 법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내가 만약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80년을 넘게 살면 어떤 기분일까? 옛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500년 넘게 생존한 동정마애비

횟집 바로 우측에는 거대한 둥근 암석이 생뚱맞게 있었다. 더 생뚱맞은 사실은 그것이 유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장량상 동정마애비' 라는 유적인데, 명나라 장수가 왜구를 물리치고 그 업적을 기린 시가 쓰여있다. 지금으로 보면 외국 유명 관광지에 와서 나 여기 와봤어요하고 인증샷을 찍는 느낌이랄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똑같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의 '파괴 대상 왜구 격파 기념비' 목록에 들어가 있었는데 암석 자체가 너무 커서 파괴하지 못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댁은 서울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2층 주택 건물이었는데 현재 2층은 사용하지 않고 계셨다. 거실에서는 갑작스레 거대 바퀴벌레가 출몰하여 한동안 잊고 있던 바퀴벌레의 무서움을 다시 느꼈다. 녀석은 집에서 오래 거주하였던듯 크기가 내 엄지 손가락 마디만했다. 바퀴벌레가 출몰한 바로 그 장소에 베개를 놓고 누워서였을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새벽에는 덥지는 않았으나 모기에게 몇번을 물어 뜯겼고 어렵사리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재채기를 하였다.

이쁜 독일 마을

남해에는 독일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전에 경기도 양평에서 방문하였던 쁘띠 프랑스처럼 독일식 건물을 세워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공적인 곳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독일식 주택을 지어주고 그곳에 모여 살게한 곳 이었다. 매우 깔끔하게 정돈된 독일 마을은 노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독일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본 가장 이쁜 마을이었다. 왜 독일 마을을 남해에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홈 스윗 홈

점심은 미소담이라는 곳에서 보쌈과 생선 모듬구이를 먹었다. 깔끔하고 정갈하니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많이 막히지 않았으나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올때 갑작스레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인해 길이 많이 막혔다. 서현이는 배도 고프고 장기간의 여행이 힘들었을까 대성통곡을 하였고 나랑 아내는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집에 돌아오니 그리 달콤할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 이렇게 6월의 여름 휴가가 막을 내렸다.